지난 3일 이른 새벽. 회사원 이모(35) 씨는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중 한국의 골이 터졌는지 “골!”, “대박”이라는 환호가 귓가를 때렸습니다. 윗집의 소란을 보니 한 두명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즐기는 듯했습니다. 이 씨는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곧 다시 마구 뜀박질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바탕 소란이 일었습니다. 참다 못한 이 씨는 대충 걸쳐입고 윗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윗집에는 20~30대로 보이는 남녀 5~6명이 피자와 맥주를 깔고 경기를 보는 중이었습니다. 집 주인은 “죄송합니다. 좀 더 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문을 닫을 때쯤 집 주인의 친구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4년에 딱 한 번인데 이것도 이해 못하나?” A 씨는 못 들은 척했습니다. 결국 다시 잠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날 새벽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가야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월드컵 ‘집관족’이 늘고 있습니다. 흥분을 참지 못한 일부 집관족이 도를 넘는 응원에 나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이 경기가 치러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단지 ‘월드컵 특수’만을 이유로 대면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됩니다.
자영업자 김모(34·여) 씨는 “한국의 경기가 잡힌 날이 두려웠다. 윗집 때문”이라며 “겨우 재운 아기는 한국이 골만 넣으면 윗집 사람들이 방방 뛰며 환호하는 탓에 매번 울면서 깼다. 겨우 다시 재울만하면 다시 환호성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월드컵이니까 항의하지 않고 넘어갔다”며 “알아서 배려를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월드컵 층간소음’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쿵쾅거리거나 호들갑 떠는 소리는 ‘무개념'”이라며 “가해자 여러분들, 월드컵이라고 이해를 바라지 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희 윗집 분들은 우리나라 경기도 아닌데 새벽에 박수치고 소리를 지른다”며 “아무리 월드컵이라도 같은 아파트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 운수업을 하는 사람, 환자가 함께 살수도 있는데 조심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다른 목소리도 냈습니다. “다른 국가 경기는 그렇지만, 한국전 경기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전 경기라면 서로 이해하는게(좋을 것 같다). 4년에 한 번인데”, “저는 한국전은 이해할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한국은 브라질과의 16강을 치룹니다. 월드컵 층간소음에 대한 의견이 시끄러운 가운데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 월드컵 층간소음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에는 1분간 평균 43dB(데시벨),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에는 38dB 이상이면 층간소음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어른의 발망치 소리가 약 40dB,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약 50dB로 보고 있습니다.